더 많은 종목이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분산투자의 원칙을 알게 된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종목이 많을수록 더 잘 분산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5개에서 10개, 10개에서 20개, 30개, 50개로 계속 늘려갑니다. 그러나 학술 연구는 이 직관이 잘못됐음을 보여줍니다. 일정 수 이상에서는 종목을 추가해도 분산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관리 복잡성과 비용만 늘어납니다.
Evans와 Archer(1968)의 고전적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로 선택한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분산 효과의 대부분은 10~15개 종목에서 달성됩니다. 그 이후 종목을 추가할수록 추가적인 분산 효과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20개 이상에서는 추가적인 분산 효과가 통계적으로 미미합니다.
과잉 복잡성이 수익률을 낮추는 이유
이유 1: 분산 효과의 수확체감
분산 효과는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의 원칙을 따릅니다. 1개 종목에서 2개로 늘리면 분산 효과가 매우 큽니다. 5개에서 6개로 늘리면 분산 효과가 작습니다. 20개에서 21개로 늘리면 분산 효과는 거의 0입니다. 그러나 거래 비용, 모니터링 비용, 리밸런싱 비용은 종목 수에 거의 비례해 증가합니다. 어느 순간 추가 종목의 분산 효과보다 비용이 더 커집니다.
이유 2: 집중력 분산과 판단력 저하
포트폴리오 종목이 많아질수록 각 종목에 대한 주의와 분석이 얕아집니다. 10개 종목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50개 종목을 피상적으로 아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Warren Buffett은 "집중이 분산을 이긴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Buffett 수준의 기업 분석 능력이 전제되지만, 기본 원리는 타당합니다.
이유 3: 리밸런싱 비용과 세금 증가
종목이 많아질수록 리밸런싱 시 더 많은 거래가 필요합니다. 각 거래마다 수수료와 세금이 발생합니다. 30개 종목 포트폴리오를 분기마다 리밸런싱하면 1년에 120번의 거래가 발생합니다. 10개 종목이면 40번입니다. 거래 비용의 차이가 장기 수익률에 누적됩니다.
이유 4: "쓰레기통 효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와 결합해, 종목이 많은 포트폴리오는 시간이 지날수록 "팔지 못한 손실 종목들의 무덤"이 됩니다. 이익이 난 종목은 팔고, 손실이 난 종목은 보유합니다. 종목이 많을수록 이 쓰레기통 효과가 강화됩니다.
최적 포트폴리오 종목 수는?
학술 연구들이 제안하는 최적 주식 종목 수는 15~30개입니다. 이 범위에서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 개별 종목 위험)의 90% 이상이 제거됩니다. 그러나 이는 개별 주식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ETF를 활용하면 단 3~5개의 ETF로 수천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종목 수를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ETF 기반 포트폴리오라면 3~7개의 핵심 자산 클래스 ETF로 충분히 분산 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 ETF, 선진국 ETF, 신흥국 ETF, 채권 ETF, 금 ETF 5개면 전 세계 수천 개 종목에 분산되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됩니다.
복잡성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단순화
이미 복잡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단순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화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각 보유 자산에 대해 "이것이 없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질문합니다. 명확한 답이 없다면 그 자산은 불필요한 복잡성일 수 있습니다. 둘째, 비슷한 자산을 통합합니다. 비슷한 특성의 ETF를 여러 개 보유한다면 하나로 통합합니다. 셋째, 세금 효율적으로 단순화합니다. 손실 종목을 먼저 매도해 세금 손실 수확 효과를 취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합니다.
단순성의 역설
투자에서 단순성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입니다. 이해하기 쉬운 포트폴리오는 관리하기 쉽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쉽습니다. 복잡한 포트폴리오는 이해하기 어렵고, 위기 시 어떻게 행동할지 불명확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에 의존해야 합니다. 복잡한 전략은 압박 상황에서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Jack Bogle의 말처럼, "단순성의 투자 원칙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결론: 단순함이 최고의 전략이다
포트폴리오는 필요한 만큼만 복잡해야 합니다. 3개의 ETF로 달성할 수 있는 분산을 30개의 개별 종목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단순하고 낮은 비용의 포트폴리오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복잡하고 정교해 보이는 전략을 변칙적으로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냅니다.